디자인

비워낸 거실에서 시작되는 하루

물건을 줄이자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12평 아파트의 거실을 다시 그린 부부의 1년 기록.

한서윤6분 읽기

하얀 벽 앞에 낮은 검은 소파와 스탠드 조명이 놓인 거실

이사 온 첫해, 거실에는 소파와 TV, 수납장 두 개, 그리고 정리되지 않은 박스가 있었다. 김도현·이수아 부부는 그 공간을 '지나가는 방'이라고 불렀다. 앉아 있을 이유가 없는 곳이었다.

변화는 수납장 하나를 비우는 데서 시작됐다. 그 안의 물건을 꺼내 하나씩 들어 보며 지난 1년 동안 손댄 적이 있는지 따졌다. 절반이 넘는 물건이 답을 하지 못했다.

빛이 머무는 자리를 먼저 찾는다

가구를 옮기기 전에 부부는 일주일 동안 시간대별로 거실 사진을 찍었다. 오전 10시에 빛이 가장 길게 들어오는 창가 쪽 바닥을 비워 두고, 소파는 그 빛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돌렸다.

예쁜 물건을 들이는 것보다, 빛이 들어올 자리를 비워 두는 게 더 어려웠어요.

지금 이 거실에 남은 것은 낮은 소파 하나, 원목 사이드 테이블, 그리고 계절마다 바꾸는 화병 하나다. 주말 아침이면 부부는 이곳에서 커피를 마신다. 지나가는 방이 머무는 방이 되기까지 1년이 걸렸다.